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필라테스 강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고혈압이 '운동 좀 부족한 어르신들 병'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회원님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고혈압은 생활습관이 쌓이고 쌓여서 어느 날 조용히 찾아오는 병이었고, 막상 진단을 받고 나서야 "내가 고혈압인지 꿈에도 몰랐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생활습관 개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제가 개인 레슨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원님이 한 분 계십니다. 당뇨병과 고혈압을 동시에 가지고 계셨는데, 처음 스크리닝을 해보니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점심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늘 짜게 드시고, 오후에는 달달한 커피와 간식으로 버티셨고, 몇 년 전 꼬리뼈 수술 후유증으로 허리 통증까지 있어 운동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거기에 복부 비만까지 심해서 내장지방 축적이 상당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고혈압 때문에 평소 두통이 거의 매일 있는데 아침에 출근하자마자부터 두통이 시작되어서 저녁에 잘 때까지 두통이 계속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두통도 심한데 어깨와 목 통증도 심하셨습니다. 그래서 회원님은 뭐라도 당장 시작해서 혈압도 낮추고 통증도 없애고 싶어 하셨었습니다.
여기서 내장지방이란 피부 아래 쌓이는 피하지방과 달리 복강 내 장기 주변에 쌓이는 지방으로,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모두를 높이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내장지방을 줄이기 위한 전략도 필요한 케이스였습니다.
처음 레슨을 시작할 때 저는 세 가지만 먼저 바꿔보시자고 제안드렸습니다. 아래 세 가지를 제안 드렸더니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매일 실천해 보기로 했었습니다.
- 음식 간을 조금씩 줄이기 (나트륨 섭취 제한)
- 매일 가볍게라도 걷기
- 달달한 간식과 커피 줄이기
식습관 개선, 단 한번에 말고 조금씩 개선해 보는 것
이 중에서 식습관 개선이 가장 힘드셨다고 하셨습니다. 오랜 습관이라 하루아침에 싱겁게 먹는 게 쉽지 않으셨던 거죠. 특히 회사 점심은 회사 사람들과 다 같이 먹는 자리라서 혼자 덜 짜게 먹기도 힘들고, 달달한 간식을 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던 거죠. 그런데 완벽하게 못 하더라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려고 노력하시더니, 레슨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불면증 때문에 밤에 잠을 깊이 못 자서 늘 항상 피곤하고 힘들어하셨던 회원님이 "선생님, 어젯밤에 진짜 오랜만에 푹 잤어요"라고 하시는 겁니다. 저도 솔직히 그렇게 빠른 변화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수면의 질이 개선되면서 호르몬 밸런스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었고, 그게 혈압 안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늘 항상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는 게 귀찮으셨었는데,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잠을 푹 잘 자니까 다음날 컨디션도 좋아져서 밖에 나가서 활동하고 움직이는 것이 더 이상 귀찮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하시면서 운동 의욕이 올라와서 좋아하셨었습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할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 혈압의 앞 숫자)을 최대 20~30mmHg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 사실입니다. 고혈압 위험 인자를 줄이는 것이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저는 아직도 인상적입니다. 대한고혈압학회에서도 생활습관 교정을 약물치료 전 1차 개입 방법으로 권고하고 있는데, 특히 나트륨 섭취 제한과 규칙적인 운동을 핵심으로 꼽습니다(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운동 방법, 의욕만큼 중요한 건 부상 없이 꾸준히 하는 것
걷기 운동이 혈압에 좋다는 말은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어떻게 걸어야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혈압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인데, 여기서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란 운동 중 숨이 약간 차고 대화는 가능한 정도의 강도로, 트레드밀 기준 속도 5.5 이상으로 빠르게 걷는 것이 해당됩니다. 그냥 천천히 산책하는 수준으로는 혈압에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고혈압이 있으신 분들께 하체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특히 권하는 편입니다. 우리 몸에서 근육량이 가장 큰 부위가 하체이고, 하체 근육을 쓰면 혈액 순환이 촉진되면서 심박출량 조절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심박출량이란 심장이 1분 동안 내보내는 혈액의 양을 뜻하는데, 근육량이 늘어날수록 심장이 과하게 일하지 않아도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고혈압이 있는 분들은 복부 비만이 동반된 경우가 많은데, 그 상태로 스쾃나 빠른 걷기를 무작정 시작하면 무릎 관절이나 발목 관절에 부담이 집중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회원님도 퇴행성 관절염이 있어서 처음에 걷는 자세부터 교정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발을 질질 끌며 걷는 습관이 있으셨는데, 발뒤꿈치→발바닥→발가락 순서로 체중을 균등하게 분산하는 연습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관절에 쏠리는 부담이 줄면서 통증 없이 운동을 이어가실 수 있었습니다.
운동 시작 전에 전문가에게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배워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의욕만 앞서서 무리하다가 다치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성인 기준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활동을 권고하면서, 처음 시작하는 경우 전문가의 지도 아래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 WHO). 일주일에 최소 3번, 부상 없이 꾸준하게 가져가는 것이 일시적으로 무리해서 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백의성 고혈압이라는 개념도 한 번은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백의성 고혈압이란 병원에서 잴 때는 혈압이 높게 나오지만 일상 환경에서는 정상인 상태를 말하는데, 실제로 병원에서 고혈압 1기 수치가 나온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래서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이나 가정 혈압 측정이 정확한 진단에 중요합니다.
결국 고혈압은 '알면서 안 하는' 병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짜게 먹지 않고, 꾸준히 움직이고, 체중을 관리하는 것. 새로운 비법이 아니라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 회원님처럼 그걸 실제로 조금씩 실천하기 시작했을 때 일주일 만에 수면이 달라지고, 몇 달 만에 혈색이 달라지는 걸 직접 목격한 저로서는, 그 작은 실천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혈압 수치가 130을 넘었다면 지금 당장 완벽하게 하려 하기보다, 오늘 한 끼 간을 조금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필라테스 강사로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혈압 수치나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